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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필기

서사대생 2024. 5. 1. 22:16

작년에 입학하고 1학년 1학기 때는 노트 필기를 열심히 했다. 종이에 한 건 아니고, 태블릿(Microsoft Surface)에 기본 설치된 OneNote를 사용했다.

한국 학생들은 대체로 교수가 하는 말을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필사하다시피 하는 편이지만 외국의 어느 학생은 궁금한 점 등을 간단히 쓴다는 EBS 방송을 본 적이 있긴 한데, 내가 그때 한 필기도 한국식이었다.

 

한국식 필기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수업 시간에 받아적기라도 하려면 완전히 딴짓을 하거나 졸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험을 준비하거나 오픈북 시험에 사용할 수 있어 유용하다.

하지만 단지 손을 바삐 움직인다고 해서 수업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으니, 필사 방식의 필기는 한계가 있다.

 

내가 추측하는 필사의 또 다른 효과는, 자신이 받아쓰기라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았다'라는 자기 위안을 받는 것도 좋지만, 이왕 공부할 거라면 더 가치 있는 지식을 효율적으로 학습하는 방법을 찾는 게 낫다.

 

어쨌든 1학년 1학기를 지나고부터는 필기를 잘 하지 않게 됐다. 한국식 필기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더 깊게 공부하겠다는 다짐을 해서는 아니고, 단지 공부에 대한 열의가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1학기 때와 2학기 때의 공부 방법을 완전히 달리하면 성적이 다르게 나올지 궁금하기도 했다.

노트 필기는 수식 계산과 같이 무언가를 반드시 손으로 써야 할 때만 제한적으로 했고, 도구는 여전히 OneNote를 사용했다.

결과적으로, 필기를 하지 않았어도 성적에 별 차이가 없었다.


작년에 공학수학기초를 수강할 때 적분 문제에 관해 필기한 것을 보고 싶어서 아까 OneNote를 한참 뒤졌는데, 작년 1학기 필기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한 학기 동안 손 아프게 받아쓴 모든 과목의 노트가 사라졌다. OneNote의 저장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사용한 게으름의 대가를 치렀다.

그렇다고 해서 노트 필기가 대단한 가치를 지니는가 하면, 꼭 그렇다고만은 할 수 없다.

다행히 몇몇 특이한 노트는 캡처해서 이 블로그에 올려뒀으니, 내가 이렇게 공부한 시절이 있었다는 기록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