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4. 1. 7.)
도입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아쉬라르 파르하디 감독의 2011년 작품으로 아카데미와 베를린국제영 화제 등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본고에서는 이 영화에서 발견한 이란의 문화적 특징 몇 가지를 서술한다.
법률
영화에서는 세 건의 소송이 진행되어 이란의 법 체계를 엿보게 한다.
- 영화는 부부가 이혼 소송을 시작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씨민은 딸의 양육을 위해 외국으로 이주하고자 하지만, 남편인 나데르는 치매가 있고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도 돌봐야 하는 입장이라 이를 거부하고, 이에 씨민은 이혼 소송을 제기한다. 이란에서 여성이 이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판사는 그들의 딸에게 부모 중 누구를 택할지 묻고, 부모는 법정 밖에서 결과를 기다린다.
- 친정으로 떠나는 씨민은 자기 대신 집안일과 시아버지의 수발을 해줄 가정부를 들이고, 임신부인 라지에가 어린 딸을 데리고 온다. 나데르의 아버지를 돌보던 라지에는 교통 사고를 당하고 그 다음 날 나데르와 다투다 계단에서 넘어진 후 유산했음을 알게 되어 나데르에게 소송을 한다. 나데르는 자신이 라지에의 임신 사실을 인지했음을 감추는데, 이는 복중의 태아를 인격체로 간주하는 이란의 법률에 따라 살인죄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나데르는 자신의 아버지를 제대로 간호하지 못해 다치게 한 책임을 물어 라지에에게 소송을 한다.
종교
이란의 종교적 특징이 드러나는 장면들이 있다.
1. 신앙심이 깊은 라지에는 나데르의 아버지를 목욕시키는 것이 율법에 어긋나는 일이 아닌지 걱 정하다가 상담 센터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하고 조언을 구한다. 신체 접촉을 피하기 위해 장 갑을 끼고 목욕을 시키긴 하지만, 바로 일을 그만두려고 한다.
2. 씨민이 라지에에게 합의금을 제시하고, 라지에는 마지 못해 승낙한다. 씨민이 합의하는 조건으 로 라지에가 코란에 손을 얹고 씨민 때문에 라지에가 유산했음을 맹세할 것을 요구하자, 라지에는 아이가 벌을 받을 것을 두려워 해 합의를 포기한다.
사회 계층
씨민과 나데르는 중산층으로 자가용차를 운전하고 딸에게 가정교사를 붙이며 딸의 공부를 직접 가르치기도 한다. 그렇지만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집에서 모시는데, 이란에 요양원과 같은 체계 가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다. 한편 라지에의 가족은 수입이 일정치 않다. 임신부이면서 어린 딸을 데리고 중노동 후 대중 교통으로 귀가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교육 수준이 낮아 법률적인 다툼에서도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
라지에는 검은 차도르로 온몸을 가리며(나데르가 그녀의 임신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된다) 남편에게 순종적이다. 한편 씨민은 스카프로 머리를 감싸기는 하지만 머리칼을 붉게 염색하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이혼 소송을 불사한다. 두 인물의 복장과 태도에 차이가 있는데, 이는 이란의 여성들 중에서도 전통 규범을 따르는 정도가 다름을 짐작케 한다. 흥미로운 점은, 라지에보다 씨민이 상대적으로 규범의 속박을 덜 받는 것으로 보이지만, 라지에는 규범을 받아들이고 신앙심이 깊은 반면 씨민은 오히려 딸을 양육하기에는 이란의 환경이 좋지 못하다고 여겨 외국으로 떠나려 한다는 것이다. 영화에 표현된 사례만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중산층 여성이 불평등을 더 강하게 자각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결론
본고에서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에서 이란의 일면을 분석했다. 한국과 지리적·문화적으로 거리 가 먼 나라에 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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