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3. 11. 10.)
서론
서양 메이크업의 역사를 통해 시대별로 변화하는 미의 기준과 사회적 가치를 엿볼 수 있다. 메이크업은 사회, 정치, 기술의 발전을 반영한다. 본 보고서는 서양 메이크업의 역사적 발달을 추적하며, 각 시대가 추구했던 미의 이상과 그 시대의 문화적, 사회적 맥락을 탐구한다. 고대 문명의 메이크업부터 시작하여 19세기의 자연주의적 아름다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의 메이크업 스타일과 관련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살펴볼 것이다.
고대 이집트
고대 이집트에서 메이크업은 사회적 신호와 미적 효과를 위해 사용되었던 최초의 시대이다. 이집트 시대는 메이크업이 주술적인 목적으로 많이 사용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온 다습한 기후 조건하에서 메이크업은 피부 손상 예방과 노화 방지의 목적으로도 활용되었다. 몰약과 계피를 섞어 피부 연고제를 만들었고, 몰약과 삼나무 수액을 섞어 피부 보습제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나일강의 진흙을 사용한 각질 제거처럼 자연 재료를 활용한 피부 보호와 관리가 화장의 일부였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기 위해 정교한 분장술, 의상, 가발 등을 활용했다. 그들은 백인종이 아니었으며, 비교적 어두운 다갈색의 피부를 가졌다. 성별에 따라 피부색을 달리하였는데, 남성은 외부 활동으로 인해 갈색 피부를, 여성은 주로 집안에 머물며 흰 피부를 선호했다. 눈 주변에 짙은 아이라인으로 메이크업을 했으며, 코올이라 불리는 제품을 사용한 짙은 아이라인은 미적 목적뿐만 아니라 사막의 건조한 환경에서 눈을 보호하는 역할도 했다.
아이라인은 눈물샘을 자극하여 감염을 예방하고, 짙은 색은 햇볕을 흡수하여 눈부심을 줄이는 기능을 했다. 이집트인들은 물고기 모양의 아이라인을 그려 다산의 상징을 나타내며 출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볼 화장과 입술 화장은 크게 강조되지 않았으나, 브라운 색상이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네페르티티 여왕의 동상처럼 입술에 브라운 색상의 립이 발라진 것으로 보아, 이집트 시대에 브라운 컬러의 립을 사용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이집트 시대의 메이크업은 주술적, 보호적, 의학적 목적을 모두 갖추고 있었으며, 코올을 활용한 물고기 모양의 아이라인 메이크업이 특히 강조되었다.
고대 그리스
그리스 시대의 메이크업은 인간의 인체미를 존중하고, 조화와 균형을 바탕으로 한 건강한 아름다움을 최고의 미로 여겼다. 현재 쓰이고 있는 ‘코스메틱스(cosmetics)’라는 단어는 그리스어 ‘코스메티코스(kosmetikos)’에서 유래되었으며, 이는 ‘코스모스(cosmos)’, 즉 질서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이는 코스메틱스가 조화와 질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리스 시대의 메이크업은 의학적인 측면으로 발전하였으며, 히포크라테스와 같은 의학자들은 피부병 연구, 식이요법, 마사지, 햇빛 치료, 목욕 등을 통해 피부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그리스 시대에는 화장의 형태에 따라 명칭이 달랐는데, 의학적 보호수단으로서의 화장은 ‘코스메티케 테크네’라 불렸다. 반면, 과도한 장식적인 화장은 ‘코모티케 테크네’로 불렸다. 당시 사회는 자연스러운 건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였고, 인공적인 장식을 지양하였으나, 동양의 짙은 화장에 매료되어 그리스 몰락기에는 화장이 과해졌다. 그러나 그 이전 시기에는 거의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이 일반적이었다.
그리스 여성들의 메이크업은 색조보다는 피부 관리에 중점을 두었으며, 문화적 전통과 남존여비 사상으로 인해 여성의 지위가 낮았던 시기였다. 최상류층 여성들은 흰 피부를 연출하기 위해 화장품을 사용하였고, 하층 계급의 여성들은 좀 더 과감한 화장을 즐겼다. 이 시기에는 눈썹을 길고 검게 칠하는 것이 유행했고, 인조 속눈썹을 사용하는 등, 동양의 영향을 받아 화장이 점차 과감해졌다. 그리스 시대의 메이크업은 사회문화적 분위기와 함께 발전하여 정교해졌지만, 색조화장은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고대 로마
로마 시대는 그리스의 영향을 받아 피부 관리와 화장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졌다. 우유나 포도주로 얼굴 마사지를 하고, 야채에서 추출한 염료로 볼과 입술에 색을 칠했다. 공중목욕탕에서의 목욕은 미용과 종교의식의 일환으로, 로마 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로마 여성들은 흰 피부를 선호하여 백납으로 만든 분을 사용했으며, 코올을 이용한 아이라인 강조와 적갈색, 녹색, 회색의 섀도우, 그리고 선명한 아이브로우로 메이크업을 완성했다.
로마시대 여인들은 뚜렷한 이목구비을 갖췄음에도 코에 명암을 주고, 긴 코를 아름다움의 표준으로 여겼다. 입술과 볼에는 홍조빛 붉은 염료를 사용하여 생기를 부여했으며, 동글게 바른 볼 화장이 특징이었다. 피부는 하얗게, 눈썹은 진하고 가깝게 표현하는 메이크업이 유행했고, 금발을 선호하여 염색과 마스카라 사용이 보편화되었다.
로마시대의 메이크업은 그리스 시대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고유의 발전을 이루었다. 피부를 하얗게 표현하는 것이 유행했고, 눈썹은 진하고 가깝게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또한 머리카락의 염색이 인기를 끌었으며, 립스틱과 파운데이션과 같은 근대적 화장품이 중심을 이루었다. 공중목욕탕의 존재는 위생과 마사지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으며, 이는 로마 메이크업의 특징적인 면모로 자리 잡았다.
중세
중세시대는 종교가 사회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시기이다. 이 시대를 ‘신을 위한 시대’라고도 할 정도로 종교 집단의 영향력이 막대했다. 기독교 사상이 지배적인 유럽 사회에서는 여성들에게 순결과 정숙을 강요했다. 화장을 하는 것이 정숙하지 못한 행위로 여겨져, 중세시대는 메이크업이 크게 발전하지 못한 시기로 남았다.
비잔틴 시대부터 로마네스크, 고딕 시대까지, 중세는 세분화된 시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비잔틴 시대에서는 기독교의 급진적인 영향으로 화장이 신성 모독 행위로 여겨지며 경시되었다. 로마네스크 시대에는 경제적 여유가 생기며 동방의 아랍인들이 그리스와 로마의 학문을 수용, 발전시켜 화장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났다. 고딕시대에는 수공업과 상업이 발전하며 신흥 상인 계급을 중심으로 새로운 사회 구조가 형성되었고, 이는 메이크업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이어졌다.
중세 여성들의 메이크업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였다. 비잔틴 시대에는 피부를 하얗게 하고, 눈썹의 결을 다듬는 정도의 수수한 메이크업이 주를 이루었다. 로마네스크 시대에는 메이크업이 노화를 감추는 수단으로 사용되었으며, 피부는 여전히 하얗게, 입술과 눈썹은 자연스럽게 표현되었다. 고딕시대에는 넓은 이마와 도톰한 입술이 선호되었고, 이를 위해 머리털을 뽑아 이마를 넓게 표현하고, 입술과 볼, 손톱에 붉은색을 칠했다.
르네상스 시대
르네상스 시대는 기독교 가치관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의 가치를 회복하고자 한 문화와 예술적 운동이 활발했던 시기이다. 여성에 대한 중세 기독교적 속박이 사라지면서 여성미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이에 따라 상류층을 중심으로 화장과 화려한 복장이 즐겨졌다. 메이크업 테크닉은 현대에 가까울 만큼 발전했으며, 넓은 이마를 선호하는 미적 기준도 이어졌다.
르네상스 시대의 여성들은 하얀 피부를 선호했으며, 이를 위해 백납분 대신 회화용 재료를 사용했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경우 알라바스터 분말, 점토, 백납분 등을 사용하여 피부를 하얗게 유지했다. 흰 피부뿐만 아니라 정맥을 그려 넣는 등의 방법으로 피부를 더욱 투명하게 보이고자 했다. 아이브로우는 눈썹을 뽑거나 아치 형태로 그려 이마를 넓어 보이게 만들었고, 볼과 입술에는 연한 색조의 화장을 선호했다.
낮과 밤에 따라 볼터치의 색조를 달리하며, 작고 어린아이 같은 이미지를 위해 로즈버드 형태의 입술을 그렸다. 이 로즈버드 형태의 립은 르네상스 시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하여 역사적으로 계속된 미적 요소가 되었다. 의복은 이전 시대에 비해 과장되지 않았으나, 상류층에서는 화장품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르네상스 시대의 메이크업과 패션은 당시 사회의 자유롭고 인간 중심적인 정신을 반영한다.
바로크 시대
바로크 시대는 르네상스가 끝난 후의 17세기로, ‘일그러진 진주’라는 의미의 이름처럼 조화와 균형이 파괴된 열정적이고 감각적인 시대이다. 이 시대는 과장된 경향이 강했으며, 사람들은 과도한 화장과 장식을 즐겼다. 여성의 풍만한 모습이 미인상으로 여겨졌으며, 미적 욕구가 매우 강했다. 남녀 불문하고 화려한 장식과 메이크업, 가발이 유행했고, 쾌락과 사치를 추구하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화장의 특성으로는 백납으로 만든 인형처럼 하얀 피부가 선호되었다. 얼굴뿐만 아니라 목과 전신에 걸쳐 화이트 파우더를 사용했다. 눈썹은 초승달 모양으로 그리고, 브라운 색상을 사용했으며, 아이섀도우로는 카멜이나 브라운 컬러가 인기였다. 뷰티 패치는 잡티를 가리는 동시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으며, 볼과 입술에는 오렌지나 핑크 컬러를 사용하여 손상을 가렸다.
바로크 시대의 입술 화장은 로즈버드 형태를 선호했고, 오렌지와 산호색 컬러가 유행했다. 볼 화장은 넓게 표현되어 손상된 피부를 커버했다. 이 시대의 메이크업은 하얀 피부, 둥근 눈매, 로즈버드 형태의 입술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뷰티 패치를 통해 복잡한 심경이나 사회적 메시지를 표현하는 독특한 문화를 가졌다.
로코코 시대
로코코 시대는 감각적이고 우아하며 여성적인 인공미가 특징인 시대로, 살롱 문화가 발달하고 과하게 꾸민 스타일이 유행했다. 이 시대의 메이크업은 실용성이나 청결 관념보다는 예술성에 중점을 두었으며, 이로 인해 화려하고 인공적인 느낌의 과도한 화장이 극에 달했다. 플럼퍼와 뷰티 패치가 유행했으며, 통통한 볼이 매력적인 여성상으로 자리 잡았다.
바로크 시대의 화려함에 이어 로코코 시대에도 피부는 하얗고 창백하게 표현되었고, 두꺼운 피부 화장과 둥근 볼터치가 특징이었다. 벨라도나를 사용하여 눈매를 촉촉하고 동그랗게 보이게 했으며, 로즈버드 형태의 입술과 넓은 볼터치가 유행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는 연회에 백납분을 사용했으며, 이로 인해 피부에 알러지가 생긴 경우를 블러셔로 커버했다.
로코코 시대의 파우더룸은 퐁파두르 부인이 쌀가루를 사용하여 자신의 얼굴에 뿌리던 방에서 유래했다. 파우더룸은 화장을 하는 공간으로 발전했으며, 이 시대의 여성들은 전반적으로 볼 전체를 감싸는 블러셔, 동그란 눈매, 초승달 모양의 눈썹과 하얀 피부를 선호했다. 로코코 시대의 미적 아름다움은 일러스트레이션에서도 영감을 주며, 그 우아함과 아름다움은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탄을 자아낸다.
근대
19세기는 프랑스 대혁명과 산업혁명 등 여러 혁명들이 일어난 시대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기반을 잡고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시기이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고전주의의 영향으로 자연스러운 모습을 갈망하는 문화가 생겨났으며, 연지 바르는 화장이 쇠퇴했다. 위생과 청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누가 보급되고, 크림과 로션이 일반인들에게도 보편화되었다.
화장에 대한 인식 변화로 하얀 피부를 선호하는 트렌드는 지속되었지만, 백납분 대신 쌀가루로 만든 분이 사용되었다. 1866년 산화아연의 발견으로 백납분이 사라지면서, 피부를 해치는 성분을 사용한 화장은 감소하였다. 로코코의 화려한 장식에서 나폴레옹의 부인 조세핀의 창백한 청색 화장으로 대체되고, 블러셔의 컬러도 연해졌으며, 화장은 여성들만의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19세기에는 눈을 커 보이게 하는 화장법과 둥근 아치형의 눈썹이 유행했으며, 로즈버드 형태의 입술과 발그레한 뺨으로 건강한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남성들은 콧수염과 턱수염을 길렀다. 이 시기에는 화장품 제조 분야에서도 성과가 있었으며, 겔랑과 같은 화장품 회사가 등장하여 현대적인 화장품 개발이 이루어졌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화장품 산업이 강화되고, 색조 메이크업이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
결론
각 시대마다 메이크업은 단순히 외모를 장식하는 수단을 넘어서서 그 시대의 사회적 상태와 문화적 가치를 반영하였다. 이집트의 신성한 눈 화장에서부터 로코코 시대의 과장된 아름다움, 그리고 19세기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에 이르기까지, 메이크업은 인간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인식하고 표현했는지에 대한 귀중한 통찰을 제공한다.
참고문헌
이해미루, 서울사이버대학교 임상기초메이크업 2주차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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