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3. 7. 20.)
오래전에 공군 제작특기 부사관으로 군생활을 했는데, 늘 주어진 매뉴얼에 의거해 작업을 해야 했다. 가령 항공기 외피에 균열이 있을 경우 보강판의 크기를 얼마로 하고 리벳 간격을 얼마로 하라는 공식이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계산이 나오는 정확한 원리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전역 후에는 주로 소프트웨어 관련 일을 했으므로 기계공학이나 물리 현상에 관해 생각할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피겨 스케이팅을 배우고 지도자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회전관성 등에 관한 자료를 읽고 이해하려 애썼던 특이한 경험이 있다.
최근 몇 년간 인공지능에 관한 자료를 자주 접하면서 강화학습에 대해서도 봤는데, 막대를 세우는 것과 같은 물리적 운동을 컴퓨터가 스스로 제어하도록 하는 개념이 흥미로왔지만 어려운 수식이 많고 이해하기 힘들었다.
올해에 드론·로봇융합전공 1학년으로 입학해 공학수학기초, 드론공학개론, 항공기상 등을 수강했고, 하계학기 과목으로 기계공학개론을 선택했다. 기계에 관해 약간의 지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고 물리학은 거의 모르지만 꽤 흥미로운 주제로 보였으며 내 전공과 여러 가지로 인접한 과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학기 종강과 동시에 하계 학기를 시작하니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이기도 하고, 전공 과목이 아니라서인지 수업을 별로 열심히 듣지는 못했다. 그러다보니 가장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정역학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하계 학기를 마무리하게 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우선, 1학기에 배운 공학수학기초 과목의 마지막에 배운 벡터가 기계공학개론의 첫 수업에 등장했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가의 특강을 들을 기회가 있었고, 유체역학은 드론공학개론에서 배운 양력 등과 관련이 있었다. 또한 항공기상 과목에서 들었던 용어가 나오기도 했다. 뒷부분에서 다룬 기계요소 관련 내용도 익히 아는 내용을 다시금 복습할 기회가 됐다. 한 가지 사실이나 지식을 다각도로 접근해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추구하는 나로서는 매우 값진 경험이 되었다.
기말시험은 완전히 망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지만 의외로 문제를 술술 풀 수 있었다. 물론 문제가 아주 쉽게 출제되었기 때문이겠지만, 학습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이었던 것 같다.
수업 내용을 잘 따라가지 못할 때는 교수님이 강의를 너무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남탓을 하고 싶었지만, 여러 번 듣다보니 조금씩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고, 꼭 100% 이해하지 못해도 애초에 내가 이 과목을 듣고자 했던 목표는 충분히 달성했다는 생각을 했다.
SPBL 1단계 보고서 주제를 저궤도 위성에 작용하는 중력가속도 계산으로 정하고 직접 계산을 해보니, 9.81이라는 늘상 듣는 값조차 한 번에 계산이 딱 떨어지지 않았다. 공식도, 단위도 잘 몰라서 몇 번이고 다시 보고 계산을 해서 겨우 원하는 답을 구했다. 사실 그리 어려운 내용은 아니겠지만, 오랜만에 물리 계산을 하려니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을 어느새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기계공학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가 기계공학개론 수업을 듣고 나서 바뀐 점이 있는지 생각해 보면, 크게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다. 다만 물리학을 위주로 한 이론적 지식이 일천했는데 아주 조금이나마 습득했다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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