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센스를 시작한 지가 꽤 됐다. 2011년에 가입 승인 메일을 받았으니 14년이나 됐다.
초기에는 홈페이지를 직접 만들어 광고를 붙였는데, 언젠가부터 게시판에 선정적인 스팸 댓글이 달리는 바람에 수익 창출에 제한이 걸려 고민하다가, 다른 사이트에 글을 게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곳으로 모두 옮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최근 몇 년간은 광고 수입이 늘어서 용돈 벌이가 되고 있지만, 그간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수익이 그리 크다고는 할 수 없다. 그래도 내가 작성한 콘텐츠 덕분에 지금의 일자리를 갖게 되었고, 지금도 일하다 막힐 때 과거에 내가 정리해 둔 자료를 들춰보며 도움을 받곤 한다. 또한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레 지식과 스킬이 늘고, 그 덕분에 생업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기도 한다.
십 년 넘게 꾸준히 글을 올리고 있어 그동안 생산한 콘텐츠가 꽤 되지만, 그중 직접적인 수입을 창출하는 것은 극히 일부인 듯하다. 아래는 광고 단위별 월간 예상 수입 차트인데, 숫자는 부정확하지만 각 광고 단위가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참고할 만하다.
(주의: 나는 온라인 북을 새로 만들 때마다 거기에 넣을 광고 단위를 한 개씩 만들며, 각 온라인 북은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페이지로 구성된다. 또한 각 페이지는 긴 것도 있고 짧은 것도 있다. 그러므로 차트의 막대 하나가 콘텐츠의 양을 나타내지 않는다. 또한 위에서도 말했듯이, 차트에 표시된 금액도 정확하지 않다.)
한때는 이 차트의 맨 위에 올라간 것만큼의 수익을 창출하는 광고 단위를 백 개쯤 보유하면 돈 걱정을 크게 하고 살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십 만원씩 벌어오는 콘텐츠를 백 개 가지고 있다면, 매달 천 만원의 수익이 생긴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차트에 드러나듯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
십 년 넘게 온라인에 글을 써서 돈을 벌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온라인에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는지를 잘 모르겠다. 앞서 말한 것과 별개로 블로그도 여러 개 갖고 있는데, 그중 광고 게재 승인을 받아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전무하다.
그런데 이 "대학일기" 블로그는 광고를 달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말 그대로 '기록'을 위해 개설한 것이다(사람들이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원래 블로그(blog)라는 말은 웹(web) + 로그(log), 즉 온라인에 쓰는 일기 같은 것을 뜻한다). 학교에서 공부한 기록을 올리다 보면 누군가는 공감해 주고, 어떤 사람은 정보를 얻어가고, 또 어떤 사람은 종종 놀러 와서 이야기를 나누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이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런데 입학한 지 2년이 되도록 이 블로그를 구독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 내게는 적잖이 놀라운 일이다. 게다가 댓글이라고는 온통 글을 읽지도 않고 봇을 사용해 자동으로 단 것들뿐이다.
그래서, '이럴 바에는 광고를 붙여 푼돈이라도 벌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1차 시도 — 가치란 무엇인가
티스토리 관리 도구에 애드센스 연동을 쉽게 할 수 있는 화면이 있어서 연동 설정을 하고, 애드센스에 사이트를 추가해 봤더니 이틀쯤 지나 심사 결과가 이메일이 왔는데 탈락이었다. 콘텐츠가 가치가 없다나.
3학기 연속으로 성적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2년간 공부한 기록이 '가치'가 없다는 것이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치'와 구글이 생각하는 '가치'는 같은 단어이지만 전혀 다른 뜻이라는 걸 곧 깨달았다.
내 블로그에 애드센스 광고를 싣고 광고 수익을 얻으려면, 방문자가 많아야 하고, 광고를 많이 클릭하고 광고주의 매출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내 콘텐츠는 잠재 소비자에게 광고를 전달하는 수단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2차 시도 — 분량이 적은 글 숨김
그래서 구글이 제시하는 수준에 맞추려면 무엇을 해야할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이미 올린 글이 270개가 넘는데 그것들의 분량을 늘리고 흥미를 끌도록 수정하는 건 비현실적이고, 설사 가능할지라도 이미 지난 글을 뒤늦게 대폭 수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래서 분량이 적은 글을 비공개 처리해 버리고, 가치 있다고 인정받을 만한 글만 남기기로 했다. 그래서 절반 넘게 비공개 처리해서 110개만 남기고 다시 검토 요청을 했다.
다시 답이 왔는데, 여전히 기준에 못 미친다고 한다. 이 블로그는 어차피 수익 창출 승인을 받더라도 거의 돈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하므로, 이쯤에서 포기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구글의 심사 기준을 통과하려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어야 하는지 직접 경험해 본다면, 다른 사이트의 콘텐츠를 작성할 때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니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
3차 시도 — 반의 반만 남김
글을 65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비공개 처리했다. 이제 원래 있던 글 중 반의 반만 남았다.
세 번째 시도마저 실패한다면, 현재 남아 있는 글마다 '가치'를 좀 더 정교하게 측정해서 가장 가치가 떨어지는 글부터 비공개 처리할 생각이다. 그래도 안 된다면 블로그 수익화 방법을 알려준다는 글이나 영상도 찾아보며 연구할지, 포기하고 이전에 하던 대로 할지 그때 가서 생각하려고 한다.
그러고 보니, 2000년에 홈페이지를 만들어 네이버의 디렉터리 서비스에 등록 신청했다가 거절당해서 지금처럼 은근히 화가 났던 것 같다. 거절 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이메일을 보내서 승인을 받아낸 기억이 난다. 그때 작성한 콘텐츠가 20년 넘은 지금까지도 내 광고 단위들 중 수익 1~2위를 다투는 캐시 카우(?)가 됐다. 그뿐 아니라 그것을 계기로 출판 제의를 받아 책도 쓰고 지금까지도 출판사와 일하고 있다. 그때 포기했다면 삶이 지금의 모습과 다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하기 싫은 일도 있다. 다른 블로그들을 방문해서 친분을 쌓고 내 블로그에 방문을 유도하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다. 정말로 흥미를 느끼거나 도움 받은 글에 댓글을 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내 글의 조회수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거짓된 소통을 하는 일은 천성적으로 맞지 않다. 또한 귀찮은 일을 자동화하는 것이 내 전문 분야이지만, 사람인 척하며 가짜로 소통하는 봇을 만들어 어뷰징하기도 싫다.
이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그로부터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스스로 만족하면서 블로그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다.